우표만한 문화가 또 있을까 싶다. 모으는 기쁨에다가 우표 정리를 통하여 문화로의 탄생은 가히 환상적이다. 물론 대부분 수집으로만 그치다 보니 우표수집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분들이 아직도 다수이긴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취미임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30대 초반 월남전에서 귀국하여 그 후유증을 크게 앓아 40을 못 넘길 것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인생을 원 없이 살고 싶은 심정으로 우표 한 장 손에 들고 전국을 순회하며 아이들 지도에 열정을 쏟게 되었다. 1970년대에는 부동산 투기가 매우 성행하던 시기였다. 무엇이든 사놓으면 돈이 되는 물질만능을 심하게 부채질 하던 시기였다고나 할까. 여기에 당연히 우표도 투기 대상으로 확대되어 우표가 발행되는 날의 우체국 풍경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었다. 발행되는 날, 그 자리에서 몇 십 배가 뛰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우표였다. 취미가 아니라 완전히 투기의 대상이었다.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 저 수집에다가 우취라고 하는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고 싶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저 아우성에다가 우취를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만한 인성교육이 어디에 있으랴. 그렇게 시작한 나의 우취 여정이 지금의 마음이 부자인 집 글씨를 낳게 한 크나큰 원동력이 되었다. 자신 있게 마음의 양식을 먹는 더할 수 없이 높은 취미생활이라고 함부로 우겨댈 수 있었던 우취 지도는 나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다. 우표의 문화성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사실 문화라고 하면 시, 수필, 소설, 그림, 서예가 큰 줄기를 이루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안대지에 정리하여 연구한 결과를 글로 써넣음으로 이 또한 문화로의 위대한 승화였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부분도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우편물의 판독이 그렇다. 운송경로, 요금체계, 인쇄방식까지 들추어내는 심미안을 그 누가 안다고 하겠는가. 나는 이제 이 우취로 말미암아 마음이 부자인 집을 짓는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인성교육으로 발돋음하였으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전북과학고등학교, 아산폴리텍대학, 경기대학교 창업자교육, 김포시 청소년진로박람회, 김포 에코락축제, 보성다향대축제, 롯데백화점 순회전시회, 참빛교회, 대한성공회 등에서 특강으로 나서게 되었던 것은 내 인생의 반전이었다. 교육을 나가면서 예외 없이 우표를 선보이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인성을 세울 수 있다는 강의가 된 것이다. 그러나 60, 70년대 체신부 시절 우표를 돈이라고 치부하였던 흔적들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안타까움도 있다. 한 번 잘못된 관념의 지배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지금도 평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우표수집가들이 있어 면면히 이어져 가는 모습에 감사해 마지않는다. 22년째 쓰고 있는 우취휘호도 도저히 마를 날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샘솟듯 일어나는 우표문화는 결코 그 어떤 문화에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다. 금년도 개최되는 우표전시회에 주제별로 수집한 우표를 정리하여 전시회에 출품함으로써 우표가 문화가 되는 이유를 깨닫고 동행하며 즐겨보시길 권해본다.
